[박소민, 노승민 노무사의 5분특강 : 알쏭달쏭 노무이슈]  

퇴직금 분할약정 및 DC형 퇴직연금제 도입의 유효성

 

1. 퇴직금과 퇴직연금제도

박소민 노무사: 최근에 퇴직금 분할 약정의 효력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네요.

노승민 노무사: 병원에서 이른바 페이닥터로 근무하고 퇴직한 의사가 퇴직금 분할 약정은 무효이므로,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한 내용입니다.

박소민 노무사: 예. 이 판결의 내용을 보니까 추가 쟁점이 또 있네요?

노승민 노무사: 근무기간 중간에 DC형 퇴직연금제를 도입했는데요. DC형 퇴직연금제는 무효이므로 법정퇴직금 기준에 따른 차액을 지급하라고 요구한 내용입니다.

박소민 노무사: 그렇다면 판례의 내용을 이야기하기에 앞서서 퇴직금이란 무엇이고, 또 DC형 퇴직연금은 퇴직금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겠는데요.

노승민 노무사: 예. 먼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있죠. 퇴직금이란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퇴직 근로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합니다. 반면, 퇴직연금 DC형, 즉 확정기여형퇴직연금제도란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부담금을 현금으로 매년 1회 이상 정기적으로 가입자의 퇴직연금 계정에 납입하는 제도입니다.
이를 정리해 보면, 퇴직금은 근로자가 퇴직시에 지급하되 평균임금으로 산정하고, 퇴직연금 DC형은 재직 중에 매년 1회 이상 납입하되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 지급하는 것으로, 두 제도 간에는 ‘납입시기’와 ‘금액’에 있어서 차이가 있습니다.
 

2. 대법원 판결의 주요 내용(대법원 2022.3.17. 선고 2018다244877 판결)

박소민 노무사: 그렇다면 지난 3월에 나온 대법원 최신 판결의 주요 내용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노승민 노무사: 예, 병원업종에서의 분쟁 사례인데요. 의사인 근로자는 2008년 1월 1일부터 사용자에게 고용되어 사용자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근무하다가 2014년 12월 15일 퇴직했습니다.

　　① 2008년 1월 1일부터 2011년 12월 31일까지 퇴직금 분할약정이 포함된 연봉계약서를 매년 작성하였습니다.
　　② 2012년 1월 1일부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서 정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를 설정하여, 2012년 2월경부터 원고의 월 급여 9,000,000원에서 일정 금액을 매월 공제하여 퇴직연금 부담금을 납부하였습니다. 따라서 실제 지급받은 급여는 8백만원 남짓입니다.

박소민 노무사: 결국 이 사건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가 되겠네요,

　　첫째, 퇴직금 분할 약정의 유효성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인지?
　　둘째, 사용자가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의 부담금을 납입하면서 이를 근로자의 임금에서 공제한 경우, 해당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 설정의 효력은 있는지? 이때, 부담금 납입행위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되겠네요.

판결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나요?

노승민 노무사: [쟁점1] 첫 번째 쟁점인 퇴직금 분할약정과 관련해서는,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약정이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실질적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① 입사 첫해부터 매월 9백만원씩 지급받았는데, 퇴직금 중간정산이 필요 없는 첫해와 퇴직금 중간정산이 필요한 둘째 해에 금액 변동이 전혀 없음
　　② 또한 원고와 피고 사이에 2009년 이후 월 급여액을 퇴직금 중간정산액만큼 삭감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가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③ 피고가 원고에게 제공한 급여명세서에는 ‘퇴직금 중간정산’과 관련된 내역이 전혀 존재하지 않음.

박소민 노무사: 첫 번째 쟁점과 관련해서는 근로자의 손을 들어주었네요. 두 번째 쟁점은 어떤 결론이었나요?

노승민 노무사: [쟁점2] 두 번째 쟁점에서 대법원은 “퇴직급여법에 따라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가 설정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임금에서 공제하였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의 설정이나 사용자의 그러한 부담금 납입행위 자체가 무효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2021년도 대법원 판단 법리에 따른 해석이 되겠습니다.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20다207444 판결 참조] 퇴직급여법의 입법 취지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 관련 규정 내용,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와 퇴직금제도의 관계 등을 종합하면, 퇴직급여제도 중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가 설정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사용자가 퇴직한 가입자에 대하여 가입기간 동안 매년 납입한 부담금이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부담금의 액수를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을 넘는 금액으로 정한 경우에는 그 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가입자인 근로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퇴직일로부터 14일이 지난 후에는 사용자에게 직접 정당한 부담금액과 이미 납입된 부담금액의 차액 및 그에 대한 퇴직급여법에서 정한 지연이자를 지급할 것을 청구할 수 있을 뿐, 퇴직금제도에 따라 평균임금의 재산정을 통해 계산하는 방식으로 추가 퇴직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3. 결론

박소민 노무사: 결국 퇴직금은 퇴직 후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고, 중간정산 요건을 갖추는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퇴직금 분할 약정 효력을 인정받기는 어렵겠군요.

노승민 노무사: 예 그렇습니다. 최근에는 기업에서 과거 퇴직금 제도에서 퇴직연금 제도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결국 대법원은 사업자가 퇴직연금법에 따른 퇴직연금제도를 설정하고 그에 따른 부담금을 납부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퇴직연금제도 설정은 유효하다고 볼 수 있고, 부담금 납부행위가 무효로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기업 퇴직연금 실무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