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민, 노승민 노무사의 5분특강 : 알쏭달쏭 노무이슈]  

이사회 의결도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인가?

 

1.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

박소민 노무사: 만약에 회사 취업규칙의 변경 없이 이사회 의결로 인해 직원들의 근로조건이 불리하게 변경되었다면 이게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할까요? 이와 관련하여, 최근에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습니다.

노승민 노무사: 예. 한 사립대학교의 사건인데요. 저출산과 학령인구 감소로 많은 대학들은 재정위기를 겪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존폐의 기로에 서 있는 대학도 점점 늘어나고 있고, 이 과정에서 교직원들의 보수에도 영향을 미치는 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박소민 노무사: 아무래도 저출산 문제는 여러 가지 사회구조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데. 그 중에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분야가 대학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노 : 그렇습니다. 오늘 소개드릴 사례는 사립학교 교직원 보수를 동결하기로 한 이사회 의결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례입니다.

박소민 노무사: 그렇다면 판례의 내용을 이야기하기에 앞서서 취업규칙이란 무엇이고,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하기 위해서는 회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겠는데요.

노승민 노무사: 예. 상시 1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회사에서는 근로시간, 휴일, 휴가, 임금, 퇴직, 안전, 괴롭힘, 상벌 등 근로조건에 관한 내용을 담은 취업규칙을 작성해서 고용노동부에 신고해야 하는데요. 아무래도 근로조건을 담고 있다 보니 이를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 제94조에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2. 대법원 판결의 주요 내용(대법원 2022.3.17. 선고 2020다219928 판결)

박소민 노무사: 그렇다면 지난 3월에 나온 대법원 최신 판결의 주요 내용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노승민 노무사: 피고는 △△대학교를 설치ㆍ운영하는 학교법인이고, 원고들은 피고 대학의 교수들입니다.

　　① 피고 대학 정관 제40조는 ‘교원의 보수는 자격과 경력 및 직무의 곤란성과 책임의 정도에 따라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따로 정한다’고 정하고 있고, 교직원보수규정 제4조는 ‘교원과 직원의 봉급월액은 공무원보수규정 제5조에 의한다’고 규정함
　　※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공무원보수규정의 개정으로 별표12에 따른 국립대학 교원 등의 봉급월액은 매년 인상되었음.
　　② 피고는 교원의 보수에 관하여 2014년에는 2013년에 시행된 공무원보수규정을,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2014년에 시행된 공무원보수규정을, 2018년부터 2019년까지는 2015년에 시행된 공무원보수규정의 제5조, 별표12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기로 하는 각 이사회의결을 하였음(이하 ‘이 사건 각 이사회의결’)

결국 쟁점은 매년 인상되던 보수가 동결되면서, 취업규칙인 교직원보수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한 것으로 무효라고 근로자들이 주장한 사안입니다.

박소민 노무사: 그렇군요. 결국 규정의 변경은 없었지만 근로조건을 불리한 방향으로 결정한 이사회의결이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되겠네요.

노승민 노무사: 그렇습니다. 보수의 삭감이 아니라 동결이라는 점에서 이게 과연 불리한 변경인 것인지 여부도 쟁점이 되는 사안입니다.

박소민 노무사: 그렇군요. 그렇다면 판결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나요?

노승민 노무사: 먼저 원심인 광주지방법원에서는 “이사회의결이 취업규칙인 교직원보수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한 것으로 무효라는 근로자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에서는 판단이 다르게 나왔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이사회의결로 피고 대학 교직원보수규정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되었으므로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박소민 노무사: 동일한 사안이 완전히 다르게 해석되었네요. 어떤 근거로 이러한 결정이 나온 것인가요?

노승민 노무사: 대법원이 판단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요약설명).

　　① 교직원보수규정 제4조에서 어느 연도의 공무원보수규정이 적용되는지 명시하고 있지는 않으나, 연도에 관계없이 공무원보수규정을 적용하기만 하면 된다는 취지로 해석하면 피고가 자의적으로 이를 적용하여 교직원의 보수를 동결 또는 삭감할 수 있어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되는 점, 2013년까지 거의 매년 공무원의 봉급월액이 인상되었고 피고는 그 인상된 봉급월액에 따라 원고들에게 보수를 지급한 점에 비추어 보면, 교직원보수규정 제4조에서 말하는 공무원보수규정은 그 보수를 책정할 당시 시행되는 당해 연도의 공무원보수규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됨
　　② 이 사건 각 이사회의결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당해 연도에 시행된 공무원보수규정이 아닌 그 전에 시행된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고, 이로써 원고들의 보수는 국립대학교 교원의 봉급월액과 동일한 수준으로 인상되지 않았음. 이 사건 각 이사회의결로 인해 형식적으로 교원의 보수가 삭감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당해 연도의 공무원보수규정을 적용함에 따른 임금 인상에 대한 기득의 권리나 이익은 종전 취업규칙의 보호영역에 의해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이라고 봄이 타당함
 

3. 결론

박소민 노무사: 결국 대법원은 ① 사립학교 교직원의 보수규정을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른다고 정했다면, “보수를 책정하는 해당 연도의 공무원보수규정을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② “임금 인상에 대한 기득의 권리나 이익은 종전 취업규칙의 보호영역에 의해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이다”라고 해석을 한 것이군요.

노승민 노무사: 예, 정리해 주신 바와 같이 결국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학교법인이 이사회 의결로 특정연도의 공무원 보수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불이익변경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 되겠습니다.